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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소 내용구성

소두
안동을 중심으로 한 영남 유림은 1792년 두 차례에 걸쳐 사도세자신원만인소를 올렸지만, 정조가 신중론을 펼치면서 신원에 실패하였다. 이후 영남의 남인들은 정조의 사망과 노론 벽파의 전횡으로 정계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그런 가운데 1855년 사도세자 탄신 120주년을 맞이하여 영남의 남인들은 다시 사도세자에 대해 왕으로 존호를 추존하는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재기할 기회를 만들고자 하였다.

영남 남인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장헌세자莊獻世子의 탄신 두 번째 회갑을 기념하여 1855년 1월 21일 철종이 직접 경모궁景慕宮에 나아가 책인冊印을 올리고, 작헌례酌獻禮를 행하였다. 아울러 장헌세자의 휘호徽號를 추가로 올려서 「찬원헌성계상현희贊元憲誠啓祥顯熙」라고 하였다. 1762년 왕세자가 사망한 후 사도세자로 시호를 정한 이래로 왕세손인 정조는 즉위한 해에 대신들에게 “그를 추숭追崇하자는 의논을 한다면 선대왕先大王께서 유언하신 분부가 있으니 마땅히 형률로써 논죄 하겠다”고 천명하였다.
상소문
만인소 내용 부분은 만인소를 올리는 이유에 관한 부분이다. 즉 청원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1855년 사도세자추존 만인소는 “경상도 유생 유학幼學 이휘병李彙炳 등은 진정 황공한 마음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려 백번 절하면서 주상전하에게 삼가 말씀 올립니다.”라고 시작한다. 이러한 형식 이후 만인소는 자신들이 올리려는 내용을 주장의 형태로 강하게 제기한다. 1855년 만인소는 이렇게 시작한다.
엎드려 생각해 보니, 저희들은 영남 산간벽지의 멀리 떨어진 시골에 사는 어리석고 천한 백성입니다. 그러나 성조聖朝의 크나큰 감화를 받아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정성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또한 간헐적으로나마 선대의 올바른 가르침을 밝게 이어받아 백성으로서의 도리와 법도에 있어서도 어리석고 천하지 않습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영남이지만, 도리와 법도에 있어서는 어둡지 않다는 자신감으로 만인소를 시작하고 있다. 이 상소에서 영남인들은 임오의리를 천명闡明할 것과 사도세자를 왕으로 추존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만인소 본문 부분은 상소를 올리기 위한 이유에 따라 각각 다르다. 정당한 왕위계승자였던 사도세자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그의 죽음에 관여했던 사람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상소로부터 밀려 드는 외세에 대해 거부할 것을 강조하는 상소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상소 내용을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큰 틀에서 만인소가 지향하고 있는 지점은 분명하다. 바로 유교 이념에 근거하여 옳지 않은 권력과 정책을 비판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용 하나하나를 보면 현대적 기준에서 역사에 역행하는 것도 있지만, 당시 유학자들은 자신들의 신념에 근거해서 목숨을 걸고 현실을 바꾸려 했던 구체적인 실천운동으로 정리할 수 있다.
서명(수결)
청원 내용이 만인소를 올리는 이유라면, 만인소가 만인소일 수 있는 이유는 만 명에 달하는 연명 부분이다. 만인소라는 말은 ‘만인이 연명한 상소’를 의미하므로, 만명의 연명은 만인소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특히 이 서명은 개개인이 모인 ‘만인萬人’임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철저하게 자발적 참여에 의해 이것이 이루어졌음을 증명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연명 부분은 상소의 내용에 대한 무게를 더하고, 그 내용이 곧 ‘하늘의 뜻’임을 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만인소의 연명 부분은 참여하는 개개인이 자필로 이름을 기입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더불어 자필로 기입된 자기 이름 아래에 서명(sign)이나 도장에 해장하는 수결手決을 했다. 수결은 자신을 증명하는 인증認證으로, 이를 통해 상소 내용에 대해 각각의 개인이 자발적으로 여기에 참여하는 동시에 그 내용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불어 서명이 조작되거나 특정한 세력에 의해 부풀려 진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만인소는 모든 참여자 개개인의 수결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었다. 만인소가 만인소로서 의미가 갖추어지는 것은 이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